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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라는 책을 살펴볼까 합니다. 이 페인트라는 책은 제1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으로 나라에서 키운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 자신의 부모를 직접 선택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그럼 먼저 이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영화 [페인트]에서는 아이낳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갑니다. 정부가 출생을 장려하기 위해 갖은 지원책을 펼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이 낳기를 기피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문제에 정부는 결국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단순히 양육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부에서 직접 아이들을 데려다 키운다는 말이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낳았는데 자신들이 키우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 그 아이를 데려와 직접 양육하는 제도였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국가에서 키우는 아이들이라며 네이션스 칠드런이라 불렀습니다.정부에서는 이것을 NC센터라고 부르게 됩니다. NC센터는 아이들의 공부부터 건강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13살이 되면 그때부터 아이는 부모 면접을 볼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청소년들이 면접을 통해 자신의 부모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말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NC센터에 있을 수 있는 나이는 19살까지였습니다. 19살까지 부모를 만나지 못하면 20살에는 엔씨 센터에서 나와 자립을 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NC센터에서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홀로 사회에 나온 아이들은 아이디카드에 NC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된다고 합니다. 주인공인 제누 301은 다른 아이들보다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였습니다. 지만 그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NC센터에서 아이를 입양하려는 가식적인 부모들을 한눈에 알아보게 됩니다. 그렇게 제누는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NC센터에서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누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한 부부를 만나게 되고 너무 솔직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이 부부에게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그렇게 제노 301은 이 부족한 점이 많은 부부와 부모 면접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제노가 있는 NC센터는 전국에서 가장 실적이 낮은 센터였습니다. 워낙 깐깐했던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와 만나게 해주고 싶다며 부모 면접에 오는 부부들을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어느 날 센터장인 박은 제누를 불러 한 부부의 홀로그램을 보여줍니다. 홀로그램에는 부모 면접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센터장인 박의 높은 기준에 만족하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박은 센터의 낮은 실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누에게 준비가 덜 된 부부의 홀로그램을 보여주게 됩니다. 하지만 제누는 홀로그램에서 본 젊은 부부와 페인트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페인트란 페어런츠 인터뷰를 줄인 말로 부모 면접을 의미합니다. NC아이들은 부모 면접을 이렇게 페인트라는 은어로 부릅니다. 과거와 다르게 제누는 지금까지 부부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라며 페인트를 시켜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라고 만류하는 센터장에게 제누는 세상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다며 젊은 부부와 부모 면접을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흔히 결혼할 준비가 되면 결혼을 하겠다고 하고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되면 아이를 낳겠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결혼 준비가 완벽하게 됐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또 부모가 될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부모가 된다면 언제쯤 부모가 될 준비를 마쳤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답은 찾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가졌거나 아이를 낳았다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며 부모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된 부모는 없지 않을까요.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사람들이 현실에도 많습니다. 제누를 찾아온 젊은 부부 중 한 명이었던 하나는 자신의 엄마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어줄 엄마의 대리인이었습니다. 그녀의 엄마는 자신은 가볼 수 없었던 세계에 수많은 나라들을 자식인 하나가 가볼 수 있도록 하나가 외교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저런 외국어 공부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기 위해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게 됩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숨이 막히고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안 되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부모를 선택한다면 나는 선택받을 수 있는가.

요즘은 자녀가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인이 되어도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는 제누에게 부모가 아닌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대화를 읽으면서 저도 처음으로 자식과 부모가 친구가 되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나이가 아주 어릴 때는 일방적인 부모의 지원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갖게 됩니다. 만약 자녀가 부모와 성숙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그때부터는 부모가 일방적인 조력자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녀의 생각을 들어주고 결정을 지지해 주고 반대로 부모의 고민을 자녀에게도 털어놓음으로써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게 된다면 훨씬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가 보기에 자식은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때로는 부모보다 자식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고 더 깊은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친구가 되어 함께 성숙해 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설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센터장님 박과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용서란 어떤 용서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고 결국 부모를 만나지 못해 NC센터를 떠나게 되는 아이들이 NC센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를 생각해보게 해 줍니다. 또한 부모를 선택하지 않은 제노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를 상상하게 해 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센터를 떠나는 아이들에게서 고아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양육의 의미를 알게해주다

부모가 없이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고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그 꼬리표는 아마도 우리 모두가 붙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시선을 바꾸는 일은 나부터 시작해야 앞으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나중에 부모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를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지만 부모나 부모가 될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는 소설입니다. 읽기 어려운 책도 아니니 만약 좋은 부모가 되기를 원하신다면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청소년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니 어설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페인트라는 소설을 살펴보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가벼운 생각으로 읽을 만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면서 부모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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